약 2000년 전에 화산재에 파묻힌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에서 피자와 유사한 음식을 그린 그림이 발견됐습니다. 고고학자들은 당시에 로마에서는 토마토조차 구할 수 없었다며 아마 피자와 비슷한 형태의 음식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탈리아 문화부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도시 폼페이 유적의 최신 발굴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자와 비슷한 음식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마의 유명한 휴양도시였던 폼페이는 약 2000년 전 이탈리아 중남부에 있던 고대 로마 제국의 도시로, 약 2만 명이 살고 있었으며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도시 전체가 매몰된 뒤 18세기에 발견되면서 발굴이 계속 진행돼 오고 있습니다.
이 벽화는 올해 폼페이 중심부에 있는 9개 구역으로 나뉜 고대 유적지 중 하나를 새롭게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19세기에 부분적으로 발굴됐다가 올해 1월 발굴이 재개된 폼페이 중앙 구역의 한 건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벽에 바른 회반죽에 안료를 넣는 프레스코기법으로 제작된 이 프레스코 벽화는 최근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 고대 유적지 발굴 작업을 하던 중 폼페이가 번성했던 시절 빵집으로 추측되는 건물 옆 집 안뜰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벽화에는 은빛 쟁반 위에 과일과 향신료, 소스가 토핑처럼 올라간 납작한 빵이 그려져 있는데, 문화부는 그림 속 빵이 "현대 피자의 먼 친척일 수 있다"라고 추정했습니다. 실제로 폼페이는 이탈리아 피자의 본고장인 나폴리와 불과 23㎞ 떨어져 있습니다. 다만 고고학자들은 당시 로마에서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대적인 피자보다는 둥근 포카차 빵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마토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시기는 16세기로 추정되며 현대의 피자는 1700년대 나폴리에서 모차렐라 치즈가 추가되면서 탄생했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포카차 빵에 향신료 등을 얹은 뒤 그림에 나온 석류와 대추야자 같은 과일과 곁들여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브리엘 주흐트리겔 폼페이 고고학 공원장은 그림에서 "검소하고 소박한 식사와 은쟁반의 고급스러움이 대조된다"라고 평가했는데 피자 역시 이탈리아 빈민의 음식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요리로 변신, 지금은 고급 식당에서도 팔리는 음식이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